[연재] 최태영 교수의 '슬기로운 군대생활' 4편 '똥 맛(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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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최태영 교수의 '슬기로운 군대생활' 4편 '똥 맛(1)'
  • 북한선교신문
  • 승인 2020.10.14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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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선교신문에서는 최태영 영남신대 은퇴교수(조직신학)의 군 생활 이야기를 담은 '슬기로운 군대생활'을 연재합니다. 대한민국 생활과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북한이탈주민들에게 귀한 시간이 되길 소망합니다.


최태영 영남신대 조직신학 교수.
최태영 영남신대 은퇴교수(조직신학) .

1. “기상! 3분 후 연병장 일조(日朝) 점호 대형으로 집합!” 당직사관의 명령이 예사롭지 않았다. 헐레벌떡 일어나 제법 익숙한 동작으로 전투복과 전투화를 신고 연병장으로 달려가 정렬했다. 교육대장의 표정이 싸늘했다. 격앙된 낮은 메시지가 전달되었다. “어떤 놈이 밤중에 연병장에다 큼지막하게 똥을 싸 놓았다. 어떤 놈이냐? 자수해라.” 모두 깜짝 놀랐다.

사안이 엄청 심각하다는 것과 곧 닥칠 폭력을 직감했다. 당직사관이 교육대장을 대신해서 설쳤다. “똥 싼 놈, 열 셀 때까지 나온다. 만약 안 나오면 너희 전체에게 연대책임을 묻겠다.” 열을 셀 동안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2. 조교들이 이리저리 다니며 고함을 질러댄다. “대가리 박아!” 땅바닥에 머리를 박고 열중쉬어 자세로 들어갔다. “자수할 때까지 이 자세를 유지한다!” 흔히 원산폭격으로 알려진 대가리 박기는 당시 군대에서는 가장 흔하게 시행되던 얼차려였다. 이 자세로 3분쯤 지나면 이마의 통증뿐 아니라 중심 잡기가 힘들어져 좌로든 우로든 쓰러지게 된다.

그러면 조교들이 달려와 발로 차고 몽둥이를 휘두른다. 여기저기서 쓰러지는 소리, 조교들의 악쓰는 소리, 얻어터지는 둔탁한 소리, 고통을 호소하는 신음이 난무했다.

3. 교육대장의 노기 어린 목소리가 계속되었다. “똥 싼 놈에게 말한다. 네 한 놈 때문에 죄 없는 동료들이 이 무슨 개고생이냐?” 이러자 훈련병 중에서도 여기저기서 원망하는 소리가 났다. “언(어느) 놈이고, 빨리 좀 자수해라.” “제발 우리 좀 살려도(살려다오).”

그러나 한 30분이 지나도 그놈은 자수하지 않았다. 원산폭격이 30분이나 지속하였으니 견뎌낼 놈이 아무도 없었다. 연병장이 아비규환으로 변해갔다.

4. 훈련소에서는 일절 개인행동을 할 수 없으므로 변소(화장실)에 갈 경우에도 반드시 3인 1조로 가게 했다. 그런데 아마도 그 똥 싼 친구는 한밤중에 변소에 갈 일이 생겼던가 보다. 양옆에 누워 있는 동료들을 깨워서 같이 가야 하는데, 이게 보통 미안한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다들 고된 훈련에 지쳐 깊은 잠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는 너무 상황이 급했을 것이다. 마침 불침번도 졸고 있었을 것이다. 혼자 살그머니 일어나 변소로 가는데 그곳이 너무 멀기도 하고 급한 나머지 연병장에서 그만 큰일을 치르고 만 것이다. 아마 틀림없이 그랬을 것이다.

5. “동작 그만!” 교육대장이 원산폭격을 중지시켰다. 그리고는 새로운 명령을 하달했다. 우리 중 한 명이 싼 똥이니까 우리가 연대책임을 지고 그 똥을 먹으라는 것이었다. 모든 훈련병이 몸서리를 쳤지만 어찌할 수가 없었다.

2열 종대로 길게 줄을 서서 똥 덩어리 앞으로 걸어갔다. 조교 2명이 양쪽에 서 있는데, 그 앞에 가서 입을 벌렸다. 그러면 조교가 나무젓가락으로 똥을 찍어서 입 안에 넣어주고, 훈련병들은 그 똥을 빨아야 했다. 끔찍한 일이었다. 이리하여 생전 처음으로 이름도 모르는 어떤 놈의 똥을 입에 넣는 체험을 했다. 모두가 이름을 알 수 없는 똥 싼 놈을 속으로 저주하였을 것이다.

나는 종종 그 똥 싼 놈이 그때 어떤 심정이었을까, 얼마나 후회가 막심했을까를 생각하곤 한다. 나이가 아직 60대이니 지금 어느 곳에서 잘살고 있을 것이다.  (2020.7.13.)


최태영 교수는 경북고등학교, 서울대 중문학과(B.A.),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M.Div.), 장로회신학대학원 대학원(Th.M. Th.D.)을 졸업했습니다.

美 Yale University Divinity School(Research Fellow) 과정을 거쳤고, 1990년 3월~2020년 8월까지 30년 동안 영남신학대학교에서 조직신학을 가르쳤고 현재는 영남신대 은퇴교수입니다. 또 '교회를 위한 신학 발전'을 위해 연구하는 '교회신학연구소' 소장으로 재직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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